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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역본『계암일록』발간 기념 학술대회] 개최

-임진왜란 후 조선사회를 보여주는 38년간의 일기
이재영 기자 / youngl5566@naver.com입력 : 2013년 11월 03일
ⓒ CBN 뉴스
[이재영 기자]= ▶ 구전으로 전해지는 ‘눈뜨고 장님 행세한 선비’ 이야기
일찍부터 영남을 비롯한 여러 지방에서 입으로 전해지는 이야기 중에 ‘눈 뜨고 장님 행세한 선비’의 이야기가 있다. 어지럽고 험한 세상을 만난 선비가 지조를 헐지 않고 살아가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장님 행세를 했다는 이야기이다. 1950년대 경북 울진의 어떤 노인의 이야기를 전하는 기록에 따르면 ‘눈 뜨고 장님 행세한 선비’가 아무래도 의심스러워, 하루는 친한 친구가 이야기를 나눈 후 자리를 일어나 돌아가는데 이를 본 선비가 무심결에 ‘자네 지팡이를 갖고 가야지’라는 말을 하였다고 한다. 친구는 그의 깊은 속마음을 헤아려 밖으로 소문을 내지 않았다고 한다. 이 ‘눈 뜨고 장님 행세한 선비’는 실제 역사적 인물이고, 그가 바로 계암 김령 선생이다.
한국국학진흥원에서는 <『계암일록』에 나타난 17세기 영남사림의 삶과 의식>을 주제로, 2013년 11월 4일(월), 한국국학진흥원 내 시청각실(대)에서 <국역본 『계암일록』발간 한국학 학술대회>를 개최한다. 국역본은 총 6권으로 간행된다.

▶ 조선시대 17세기 재지사족의 구체적 삶에 대한 최상급 사료
계암 김령은 이름 없는 시골 선비가 아니었다. 그는 문과 급제자였으며, 설월당 김부륜의 아들이다. 설월당은 월천 조목 등과 함께 퇴계선생의 가장 중요한 제자 중 한 사람이다. 계암 김령은 문과 급제자였음에도 평생을 거의 고향 예안에 머물머 자신의 주변에 일어난 일과 당시 조정의 상황을 일기로 촘촘히 기록하였다.『계암일록』이야말로, 당대 현실을 장기간에 걸쳐서 최상급의 지식인이 촘촘하게 작성한 자료이다. 계암 김령이 세상을 뜨기 직전까지 무려 38년 동안 기록한 방대한 『계암일록』은 어떤 의미에서 중앙정부가 작성한 조선왕조실록에 상응하는 지방 기록이라고 할 수 있다.
학계에서도 17세기 조선시대사에 대한 연구는 이제까지 많지 않다. 얼핏 그 시기는 전쟁과 반정으로 점철된 혼란스러운 시기로 보였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같은 시기의 중국이나 일본의 경우 그러한 혼란에서 국가권력이 붕괴되고 말았지만, 조선은 그 혼란을 극복해냈다는 것이다. 그러한 극복을 바탕으로 조선은 100년 후에 실학(實學)으로 대표되는 문화의 재부흥을 이루어낼 수 있었다.

▶ 우리가 아는 조선시대 전통의 건설현장 현장음
17세기는 또 다른 측면에서도 대단히 중요한 시기이다. 흔히 전통이라고 하면, 500년 1000년 전부터 전해 내려오는 것으로 오해할 수 있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오늘날 중국의 전통의상은 본래 17세기 중반에 성립된 청나라 만주족의 의상이고, 대표적인 일본음식 스시는 17세기에나 등장하였다. 이런 사실들은 조선의 17세기는 바로 우리가 알고 있는 한국의 전통이 만들어졌던 시기였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계암일록』은 그러한 건설의 현장음을 생생하게 전해준다.

▶ 17세기 예안․안동의 재발견
『계암일록』에서 우리는 17세기 예안과 안동의 구체적 현실을 재발견할 수 있다. 이 시기에 예안․안동에서 대단히 많은 수의 문과급제자가 나오는 것은 그것의 한 표현이다. 다시 말해서 당시의 예안과 안동은 중앙의 외진 변방이 아닌, 중앙과 직접적으로 연결된 영남의 거점 지역이었던 것이다. 계암 김령 자신이 문과 급제자였고, 그의 선생님들과 선후배들의 이름이 조선왕조실록에 빈번히 등장하는 것이 당시 예안과 안동의 현실이었다. 우리는 『계암일록』을 통해서 17세기 예안 안동의 구체적 현실은 물론, 그와 연결된 중앙정부의 내밀한 사연까지 엿볼 수 있다. 『계암일록』을 통해서 이전에는 볼 수 없던 배율로 17세기 조선과 그 속에 있는 예안․안동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이재영 기자 / youngl5566@naver.com입력 : 2013년 11월 0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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